8-4-5 반어와 역설, 반어와 역설의 차이, 모순어법, 시 창작 강의

시문학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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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بار بازدید - ماه قبل - #현대시
#현대시 #시낭송 #시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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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망할 놈의 시 / 이승훈

용기도 없고
사랑도 없고
기쁨도 없다
눈도 없고
코도 없다
밑빠진 나날
입도 없다
입도 없다
아아 사랑했던
너의 얼굴도 없고
기차도 없고
다리도 없고
건너야 할
다리도 없고
오늘도 없다
오늘도 없는 것들을 위하여
시를 쓴다
시를 어떻게 쓰나
망할 놈의 시를
쓸 줄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승훈, 『당신의 방』, 문학과지성사, 1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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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少額株主의 祈禱 / 김광규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얼마 전에 고층건물이 하나 쓰러졌습니다.
강철과 시멘트로 지은 79층, 그 튼튼한 건물이 그처럼 갑자기 무너지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저도 물론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어느 재벌의 소유인지는 몰라도 도심에 우뚝 솟은 그 빌딩은 멀리 떨어진 우리집에서도 바라보아도 저것이 국력이거니 마음 든든했고, 어젠가 나도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면 저 꼭대기 스카이라운지에 올라가 오렌지 쥬스라도 한 잔 마셔보리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고층 건물이 쓰러진 것입니다.
더구나 그 건물이 우리집 쪽을 향해 쓰러진 덕택으로 그 옥상에 설치되었던 용량 3,000t짜리 냉각탑이 멀리 날아와 우리집에 떨어지며 순식간에 저의 가족과 재산을 앗아가고 말았습니다. 너무나 놀라운 일이라 저는 슬퍼할 겨를도 없습니다. 믿을 수 없는 이 사실 앞에 저는 다만 갈피를 잡을 수가 없을 따름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선량한 시민아자 모범적 가장으로 평생을 살아 왔습니다.
저의 이력서 및 신원 조회 서류를 참조하면 아시겠지만 저는 여지껏 한번도 이 사회의 법과 질서를 어긴 적이 없습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효도했고, 스승을 존경했고, 국방의 의무를 다했으면, 처자식을 사랑했고, 세금을 언제나 기일내에 납부했고, 신앙 생활을 돈독히 했으며, 여유 있는 대로 저축을 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석유가 쏟아져 나오기를 남달리 속으로 기원했습니다. 담배도 피우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고,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으며 요즘 와서는 코오피까지 끊었습니다.
물론 거액의 방위 성금을 낼 처지는 못 되지만 그래도 육교를 오르내릴 때 계단에 엎드린 거지에게 10원짜리 한 개를 단지지 않고 지나간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졸지에 가족과 재산을 잃은 저는 천벌을 받았음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제가 과연 무슨 천벌을 받을 죄를 지었습니다까.
하느님. 저에게 이성을 되돌려주시어 저로 하여금 올바르게 생각할 힘을 주옵소서. 잃어버린 저의 가족과 재산을 정당하게 슬퍼할 능력을 저에게 주옵소서. 그리고 계속하여 약속된 미래, 낙원의 땅을 믿게 하여 주옵소서.
아 멘.
―김광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문학과비평사,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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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평화축복인사 / 곽재구

최루탄 터지는 소리는 아카샤 꽃내음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밀려오는 어둠 속에서 조그만 횃불 하나씩을 켜든 집들이 바람에 펄럭였습니다.
거리와 광장과 지하철과 공사판에서 우리들은 당신을 위하여 기침을 하고 눈물을 흘리고 무릎이 깨졌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을 위하여 싸우는 이 순간이 우리에게는 제일 행복한 시간입니다. 밀려오는 사랑과 고통과 뜨거움의 파도 속에서 그 옛날 카타콤 무덤 속에서처럼 고요하고 순결한 평화 축복 인사를 서로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곽재구, 『전장포아리랑』, 민음사,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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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그날 / 이성복

그날 아버지는 일곱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
여동생은 아홉시에 학교로 갔다 그날 어머니의 낡은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 종일
노닥거렸다 前方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없는 것이
없었다 그날 驛前에는 대낮부터 창녀들이 서성거렸고
몇 년 후에 창녀가 될 애들은 집일을 도우거나 어린
동생을 돌보았다. 그날 아버지는 未收金 회수 관계로
사장과 다투었고 여동생은 愛人과 함께 음악회에 갔다
그날 퇴근길에 나는 부츠 신은 멋진 여자를 보았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죽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 태연한 나무들 위로 날아오르는 것은 다 새가
아니었다 나는 보았다 잔디밭 잡초 뽑는 여인들이 자기
삶까지 솎아내는 것을, 집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
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새占 치는 노인과 便桶의
다정함을 그날 몇 건의 교통사고로 몇 사람이
죽었고 그날 市內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성복,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문학과지성사,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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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4월 / ◯◯◯

촐삭거리는 햇살이
아름안은 철쭉빛보다 진하게
뿔대기에 장난질치고는
삼십육계

얄미운 놈!
우물가를 산들산들 돌더니
애간장을 녹이고 말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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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나는 산다 / ◯◯◯

나는
오늘 아침도
카지오Casio 알람alarm 시계에
눈을 떴다.
우유는 깨끗하고 툭 불거진
파카 글라스PARKA glass 한 컵이 있었고,
희미하게 쨈jam이 뒤엉킨 토스트toast는 두 쪽이었다
손가락 끝 소니 라디오SONY radio에서는
죠지 마이클George Michael의 패이스faith가 바쁘게 움직였고,
체크check무늬 커피포트coffee pot는
내 입에 충분한 블랙BLACK 물질을 공급해주었다.

나는 떳떳하게 테이블table 위에
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믹스드 넛츠mixed nuts 깡통을 끌어안고
논노Non-No 잡지를 봤다.

나는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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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마음 행위2 / ◯◯◯

사진을 보니 사진은 웃고 있고 사람은 울고 있고 거울을 보니 거울은 감정이 없고 나는 무표정하고 아직도 그곳에는 그 꽃이 또 피고 꽃은 피었지만 이미 그 꽃은 졌고 나에게 웃음을 준 계집은 웃음만 남아 있고 실체는 없고 나는 살아 있고 계집도 어디서 살아 있고 이 시에는 쉼표가 없고 이것도 질서라면 이상한 질서이고 이상이 시도한 질서이고 그는 죽었고 죽어도 살았고 [……](원작에는 띄어쓰기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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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오남리에서 / ◯◯◯

뚝에 서서
나도 하나의 풍경이 되어
정물이 되어
바람이 스치면 비로소
꿈틀거리는 푸르름, 아
살이 있지 못함의 살아 있음이여
ماه قبل در تاریخ 1403/04/24 منتشر شده اس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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