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기찻길 위로 추억을 기록하다~ 남도 800리 경전선 1부 추억 [풍경이 있는 여행 KBS 20101126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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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هزار بار بازدید - 12 ماه پیش - [풍경이있는여행] 남도 800리 경전선 (1)
[풍경이있는여행] 남도 800리 경전선 (1) 추억

■ 느린 기찻길 위로 추억을 기록하다
총 길이 300.6km의 단선 기찻길. KTX가 최고 시속 300㎞를 자랑하며 철길을 달릴 때 이 위를 지나는 기차는 6시간 동안 천천히 달리며 40여 개의 역에 정차한다. 광주 송정역과 경남 밀양 삼랑진역을 잇는 경전선 얘기다. 잠시도 직선을 달리지 못하는 기차, 그것이 경전선이 느린 이유다. 기차는 천천히 달리며 마주치는 산과 강을 돌아 지나고 기찻길 위 쉼표처럼 간이역에 서서 사람들을 태우고 내린다. 누군가는 이 기차를 타고 마을을 오가고 누군가는 꿈같은 하룻날 여행을 떠나고 누군가는 삶의 터전이 되는 경전선. 각각 기차를 찾는 이유는 다르지만 이들 모두에게 삶의 기억이 되는 곳이다. 그래서 낡은 기찻길이 쓸쓸하게 느껴지지만은 않는 건 그 위에 추억이 켜켜이 쌓여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전선을 온전히 느끼려면 서둘러야 한다. 올 연말이면 마산역과 삼랑진을 잇는 40.2㎞ 구간이 복선화되기 때문이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을 잠시 놓고 경전선을 찾아 길 위에 인생의 추억을 기록해본다.

■ 기찻길 위의 쉼표, 간이역
인생의 쉼표가 여행이라면 기찻길 위의 쉼표는 간이역이다. 이용객이 많이 줄어든 지금 경전선에는 유난히 많은 간이역들이 있다. 경남 하동에 위치한 양보역. 얼핏 보기엔 시골 마을의 버스정류장과 같은 이곳은 무인역이다. 손님이 줄자 역무원도 사라지고 역사 건물마저 철거된 곳. 역 이름이 붙은 현판과 시간표만이 남았다지만 지금도 교통이 변변치 않은 마을 사람들에게는 이곳에 서는 기차야말로 소중한 이동 수단이다. 함안군에 위치한 원북역도 주민들의 요청으로 개역한 무인역으로 한두 평 남짓 작은 건물에는 마을 주민이 역 건물을 기증했다는 명판이 붙어 있다. 이런 무인역을 더 특별하게 만든 건 바로 풍경이다. 봄이 오면 꽃 속에 가을이면 낙엽 속에 원래 그 자리 있었다는 듯이 오롯이 풍경 안에 녹아드는 경전선의 간이역. 마을과 풍경 속 자연스럽게 스며든 간이역들은 경전선을 더 경전선답게 만들어주는 곳이다.

■ 기차와 삶을 나눈 사람들
누군가에게 기차는 이동 수단에 불과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기차는 꿈이고 삶이기도 하다. 경남 하동에 위치한 횡천역. 2009년 6월 이곳은 무인역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이곳에는 젊은 역장이 찾아와 역을 가꾼다. 바로 횡천역 명예역장 정용태 씨다. 지난 해 횡천역이 무인역이 되었을 때 이 젊은 청년은 명예역장을 지원했다. 어릴 적 간이역의 추억은 그를 이 자리에 세웠다. 사람이 없는 횡천역에 따스함에 가득한 건 역을 찾는 모두가 불편함 없이 좋은 추억만 안고 가길 바란다는 그의 바람이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하동의 또 다른 역인 북천역. 가을이 되면 선로를 가득 메운 코스모스 덕에 일약 경전선의 명소가 된 이 역의 숨은 주역은 바로 장태익 역장님이다.30년 전 역무원이 되어 경전선과 인연을 맺는 그는 어느덧 일생의 2/3를 경전선과 함께 했다. 어린 시절 신비의 대상이었던 기차는 청년기 그의 일터가 되고 이제는 삶이 되어 함께하고 있다.

■ 기차가 끊긴 길은 삶의 터전이 되고
마산역에서 마산항으로 이어지는 짧은 기찻길인 임항선. 과거 마산항으로 석탄이나 물자 등을 운반하는 화물전용 철도 노선으로 활용되었으나 지금은 좀처럼 기차가 운행되는 것을 볼 수 없다. 제 기능을 점점 잃어가는 이곳은 현재 철길시장으로 더 알려졌다. 시장 사이로 철길이 지나간 건지 원래 철길이었던 이곳에 시장이 생긴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풍경이 자연스럽다. 선로 위로 어지럽게 장이 열리고 물건을 팔고 사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간다. 시장을 터줏대감처럼 누비는 강아지 한 마리만이 낯선 이를 보고 짖을 뿐이다. 기차가 사라진 선로는 황량하지 않았다. 그 위에는 사람들의 삶이 오가고 있었다.

■ 기찻길을 따라 떠나는 여행
빨갛게 감이 익어가는 마을에서 기차는 길을 멈춘다. 함안역이 자리한 경남 함안군. 이곳은 곶감으로 유명하다. 조선 시대부터 왕실의 귀한 진상품이었던 함안파수곶감은 수백 년이 지난 오늘까지 그 맛이 이어져 오고 있다. 가을이 끝나가는 무렵, 마을 사람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1년의 감농사가 끝나고 마을 곳곳에서는 곶감을 만들고 말리는 모습이 한 폭의 풍경으로 다가온다. 기차가 멈추는 또 하나의 마을 진주. 그곳에서 객들은 남강 변을 따라 늦가을의 정취에 젖어든다. 기차가 지나는 곳마다 각각의 다른 풍경이 그려지고 그 위로 추억이 색을 칠한다. 그 그림이 매번 다르기에 기차 여행은 설렘과 기대로 가득하다. 누군가는 설렘을 안고 기차에 오르고 누군가는 추억을 담아 기차에서 내린다. 철길 위로 달리는 건 기차뿐만이 아니다. 그 위에는 사람들의 추억이 함께 달리고 있다.

#경전선 #기차 #간이역
12 ماه پیش در تاریخ 1402/06/01 منتشر شده اس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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