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는제제]지리산 화대종주대회, 진짜 안쉼?어떻게 함?

러너제제TV
러너제제TV
140.3 هزار بار بازدید - 4 سال پیش - 지리산 화대종주 (화엄사-대원사)*루트 : 화엄사-노고단-삼도봉-토끼봉-연하천대피소-형제봉-벽소령대피소-선비샘-칠선봉-세석대피소-촛대봉-연화봉-장터목대피소-천왕봉-중봉-써리봉-치밭목대피소-유평마을-대원사-대원사주차장*날씨
지리산 화대종주 (화엄사-대원사)

*루트 : 화엄사-노고단-삼도봉-토끼봉-연하천대피소-형제봉-벽소령대피소-선비샘-칠선봉-세석대피소-촛대봉-연화봉-장터목대피소-천왕봉-중봉-써리봉-치밭목대피소-유평마을-대원사-대원사주차장
*날씨 : 선선하다가 비 쿠화학
*소요시간 : 12시간 5분
*화장실1번, 사진찍기 6번. 언덕은 느리게. 막판은 빠르게.

-- 영상과 관련없는 지리산 산행기 후기 글 ... 더 많은 글은 인스타 있습니다 ---

고산지대에서만 군락을 이루는 풀빛들이 눈에 익을무렵, 학학 거리는 숨을 뒤로하며 해가 뜬다. 풀잎의 습함이 숨에 가득 찬다.

스아아 흐드러지는 나뭇잎 사이로 해가 쬐면, 연두잎들이 요정날개처럼 빛을 뿌린다. 렌턴을 끈다. 아침. 아침이었다.

억 소리나오는 바위를 넘어가며 잡아챈 나뭇결이 맨들하다. 부드러운 나무표면이라니. 우리 동네 뒷산에선 못보던 녀석인데... 새삼 내가 다른 곳에 왔단 걸 깨닫는다.

조금 더 가니 바위 색이 달라진다. 한색계열의 둔탁한 녀석들이 뚱하고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다. 불퉁한 녀석들을 꾸욱꾸욱 눌러주며 산을 오른다.

점점 시야가 낮아진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았던 나무들이 허벅다리만큼 낮아져 있다. 갑자기 거인족이 된 것 같다. 아니면, 내가 아기자기한 동화나라에 왔던가.

기분이 좋다. 흥얼거린다. 타령이 절로 나온다.

...아아 다시 힘겨워진다. 힘들다. 내리막이 전혀 없다. 계속 같은 근육을 썼더니 허벅다리가 타는 것 같다. 잔뜩 수축된 근육이 이완시켜달라고 난리다. 아아아주 느려진다.

내리막도 몸채만한 바위때문에 지친다. 지친다. 내가 왜 이짓을, 집에 가고싶다. 하악! 내뱉으며 다시 간다. 멍하던 정신이 돌아온다. 끊겼던 생각의 흐름이 이어진다. 초점이 바닥을 어지러이 쳐댄다. 바닥을 접지하는 발목이 사정없이 꺾인다. 이때의 나는 사냥꾼이 된 것 같다. 흐흐! ⠀
심박과 템포가 맞아떨어진다. 머릿속의 노래박자도 딱딱 맞아진다.

몇만번이고 흔들린 팔다리의 지방이 욱씬거린다. 어쩌면 근육이 욱씬거리는 건지도. 다리가 아픈것 같기도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힘든데 안힘들고. 안힘든데 죽을거같기도 하고. 집에 가고싶은데 안가고싶기도 하고. 안가고싶은데 집에 너무 가고싶고.

그게, 장거리 트레일러닝인 것 같다.

'왜 다시 내려올 곳을 가느냐.
굳이. 왜. 살빼려고? 경치가 좋아서? 다 봤잖아. 티비로도 볼 수 있고. 사람들이 말하는 두 눈으로 봐야 느낀다는 그 감동, 그거 케이블카 타면 금방 볼 수 있는데.'

라고 생각했던 예전의 나에게 보내는 글이다.

예전의 제제야, 지금의 제제는 이 것 때문에 산을 간다.
잠을 줄이고. 일을 줄이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을 포기하고. 공부를 미루고. 미움도 받고. 실망도 받고. 그러면서도 이 욕심을 놓지않고. 평소 훈련도 하고. 당뇨병이 걸릴까 무서울 만큼 당분을 섭취하면서. 그렇게 간다.

산 정상이 아닌, 가는길 중간중간에서 느껴지는 그 감동을 겪어보지 않은자는 모를 것이리라. ⠀
감동에 대해 쓰자면 A4에 10pt로 150장도 쓸 수 있다만.

....그래도, 전해지지 않겠지... 전하지 못해도 쓸쓸하지 않다.
동료가 있으니까. 각자 느끼고 바라보는 것은 다를지라도, 그 본질은 같은걸 알아서.

이 아름다운걸 혼자만 아는것 같다는 고독감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아서.

기쁘고 행복하고 감사하다.


****

러너제제 인스타그램
Instagram: runner_jeje

트랜디하고 가성비 좋은 운동용품 셀렉샵
갱핏
https://smartstore.naver.com/gangfit

온라인 러닝크루 갱런(인생갱생러닝 프로젝트)
https://cafe.naver.com/gangrun

***
4 سال پیش در تاریخ 1399/03/12 منتشر شده است.
140,308 بـار بازدید شده
... بیشتر